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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기본소득에 대한 생각

by 성난소 2020. 4. 2.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사람당 1000달러를 지급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재난기본소득"이라는 이름으로 한사람당 1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히면서, 관련된 논의가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다. 그런데 "기본소득? 그거 공산주의 아니냐!"라는 주장들이 심심치 않게 보이는 것을 보면, 아직 기본소득이라는 개념 자체가 널리 퍼지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기본소득 제도를 마음속으로 계속 지지해왔던 사람으로서, 첫 글의 주제를 이 주제로 삼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기본소득은 공산주의가 아니다

 공산주의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다 같이 잘 살자!"란 주장을 하면 이를 곧 공산주의를 주장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공산주의가 골고루 잘 살자는 구호 아래 창안된 이념이라는 것은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골고루 잘 사는 방법이라는 것이 공산주의만 있는 것도 아니다. 공산주의는 골고루 잘 사는 방법 중 한가지 방법을 제시했을 뿐. 공산주의는 모두가 잘 사는 방법으로서 "생산수단의 국가 독점"을 주장한다. 공장과 토지 등의 생산수단을 개인이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한 부의 불평등이 발생할 수 밖에 없으니, 이를 금지하고 국가가 모든 생산수단을 소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共産주의인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인 소유욕과 성취욕을 무시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부작용과 함께 실패하였다.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6.25라는 크나큰 상처를 입었기 때문에 공산주의에 대한 반감이 극심한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다 같이 잘살자"라는 주장 모두가 공산주의와 똑같은 것으로 오해받는 것은 대단히 아쉽게 느껴진다. 따지고보면 국부론이나 자본주의도 잘 살기위한 방법론인데.

기본소득은 공산주의와 무엇이 다른가

 그렇다면 기본소득은 공산주의와 무엇이 다를까? 기본소득도 "다 같이 잘 살자!"라는 생각에서 나온 개념이라는 것은 공산주의와 같다. 하지만 기본소득은 다같이 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제시하는 방법이 공산주의와 다르다. 기본소득은 자본주의를 인정하고, 자본주의를 유지하면서도 모두가 잘 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다 나온 결과물이다. 기본소득은 생산수단의 개인 소유, 기업과 금융의 존재 등 우리가 지금 살고있는 세상의 경제 체제를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옹호한다. 그렇다면 자본주의를 유지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최대한 많은 사람이 만족할 수 있을까? 모두에게 기본적인 소득을 보장하는 것이 기본소득이 제시하는 해법이다. 조건을 따지지 않고 한사람 한사람 모두에게 매달 정해진 금액이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것이다.

 

복지와 기본소득의 차이

 모두에게 기본적인 소득을 보장하는 것은 지금도 하고있지 않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기초생활보장 급여를 지급하고 있고,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정한 소득보다 낮은 소득을 올리는 가정에는 급여와 소득의 차액만큼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현재 시행하는 기초소득은 모두에게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소득 이하의 가구"라는 기준이 설정되어 있으며, 부족한 소득을 보충해 주는 것으로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고 있다. 기본소득은 두가지 면에서 기초생활보장제도와 차이를 보인다. 첫번째는 무조건적인 것이고, 두번째는 개인적이라는 것이다. 기본소득에서 보장하는 소득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소득기준과 같은 커트라인이 없고 국민 모두에게 지급되는 것이다. 또한 가구와 같이 집단에게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한사람 한사람에게 개인적으로 지급된다는 것이 현재의 복지제도와 차이를 가진다.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기존의 복지제도는 엄청난 변화를 맞이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최저임금도 하향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는 너무나 방대한 사안이라 나중에 다른 글로 천천히 다룰 수 있으면 좋겠다. 


기본소득이 추구하는 것

 기본소득에서는 왜 가난한 사람이 아닌, 모두에게 돈을 주려고 할까? 그것은 기본소득이 인간의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서 추구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은 노동 없이 생계를 유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실질적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상태로 살아간다. 다니기 싫은 회사를 억지로 다니고, 하기 싫은 일을 그만두지 못한다.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도 받는 대가마저 정당하지 못하게 느껴진다. 기본소득의 주창자들은 모두가 이러한 삶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다니기 싫은 회사를 뛰쳐나와도 어느정도의 소득이 보장된다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공부하거나 경험을 쌓을 시간을 벌 수 있지 않을까? 모두가 하기 싫어하는 3D업종의 터무니없이 낮은 임금이나 끝없는 노사갈등도 해결될지도 모른다. 기본소득이 있으면 실업에 의해 생계가 위협받지 않으니까. 인간의 역사는 자유 쟁취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경제적 자유"는 아직도 돈 많은 일부의 전유물일 뿐 모두의 것이 되지 못했다. 언젠가 경제적 자유를 전 인류가 쟁취하는 것 또한 역사의 당연한 흐름일지도 모른다.